시어머니께서 ‘시절 인연’에 대해 5년전에 말해주셨다. 한 시절의 인연인지는 미처 몰랐던, 영원할 것 같았고, 끝이란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 인연들.
몇해의 계절이 지나고 나니,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들 처럼 나의 삶도 이렇게 ‘시절의 힘’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나는 모르나, 지나야 보이는 ‘나’ 그리고 ‘우리’.
<각각의 계절>에 수록된 소설들에서는 ‘질문’이라는 굵은 가닥아래 각 화자의 삶에서 공통으로 발견했다. ‘질문이라는 형식’이 우리의 삶을 움추리게 할 수 밖에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래서 <하늘 높이 아름답게> 마리아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고, 그러한 상황에 노출되지 않으려 했다.
권여선 작가의 소설은 “평범한 언어로는 도무지 포착할 수 없는 일상의 미묘하고도 미세한 영역들을 더듬고 묘사…” 라고 해설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을 그녀의 글로 구체화 시킨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