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불태웠다”는 말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은 대학수능 재수에 임했을 때다. 남들 다 다닌다는 재수학원에서 경쟁하듯 할 자신이 없었고, 인강이 나의 체질에 맞는 다는 것을 진즉 알았기 때문에 과외나 과목 한가지 정도의 학원을 단기간 다닌 것 외에는 매일 도서관에 거의 출퇴근 하듯(그러다보면 매일 똑같은 자리를 선점하는 몇몇 공부인들과 점점 시선을 교환하게 된다) 다니며 독학 재수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을 겪었구나 싶을 정도로 공부를 하다말고 혼자 훌쩍이기도 했고 밥을 먹으러 가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잠깐 집에 걸어가는 시간이 막막하기도 후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분명 내 영혼까지 끌어다 불을 태웠건만 기적처럼 들어간 대학의 과는 나와 맞지 않았고 적응도 힘들었으며 그 때의 한순간 선택으로 나는 지금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도 그 때의 기억이 남아있기에, 내가 다시금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