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조금 읽기 시작하면 그만 책장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미성숙한 주인공이 어떻게 모녀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다뤄서 세계의 각국의 언어로 책이 나온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 의문의 힘으로 더 읽어나가면, 비로소 작가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 작품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엄마가 종교단체에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책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미성숙한 주인공이 아니라, 엄마와 딸 사이의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하고 싶은 주인공의 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설탕'은 딸의 감정에서
'태우다'는 엄마의 감정에서
표현된 복합적인 제목이다.
모녀관계의 친밀함과 동시에 감정의 극단에서 증오의 감정도, 살인의 욕구도, 느끼는 서로의 감정이 각각 딸은 설탕으로, 엄마는 태우는 행위로 묘사된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도 가장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내 안에 살아있는 엄마라는 존재감은 중의적으로 다시 설탕에 실린 부정적 감정을 태우면서 다시 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관계의 복잡미묘함을 잘 드러내고 있는 제목이다.
엄마의 엄마, 치매에 걸린 엄마, 엄마가 된 딸.
가장 친밀한 모녀의 관계에서 인간의 감정들을 밑바닥까지 이렇게 표현해내는 작가에게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