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고요가 좋았다. 높은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고요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그 당당함이 부러웠고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그 단단한 마음을 동경했다. 그러나 높은 벽 뒤의 고요는 너무나 평범했고, 평범한 걸 넘어 애처로울 만큼 연약했다. 고요는 혼자라서 너무 외롭지만, 더는 사람들에게 상처받도 싶지 않다고 했다. 이유있는 미움은 견딜 수 있어도 이유없는 미움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영영 혼자일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