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 구역의 절교의 아이콘으로 살아온 나는 좀 더 나이가 들어보니 뭐, 그럴 일 까진 아니었던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연을 다시 잇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순옥 이든의 거짓말을 모른척하기로 한 순간, 그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최근 읽었던 '에이징 솔로'에서 말한 '서로의 꼴을 보아 넘겨주는'마음에 대한 고민이 순옥의 '잃지 않겠다는 의지'와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타인과의 관계를 어떠한 형식으로 맺어가야할지 새로운 고민의 시간이 시작된 것일지로 모르겠다. 긴 우리네 인생의 순간 순간에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어둡고 습한, 모든 것을 파괴하려하는 미확인 홀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 때에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서로의 삶을 애틋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