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에 대하여…]
온 마을 사람들이 모였어. 그 자리에 형제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있었어. 다들 입을 굳게 다물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어. 세상에 어떤 어머니가 그 순간 울부짖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어떤 심장을 가져야 몸부림치지 않을 수 있을까. 형제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어. 만약 울음을 터뜨리면 온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고 말리라는 사실을. 자기 혼자만 죽는게 아니라 온 마을이 떼죽음을 당하리란 사실을. 독일군 병사하나가 살해됐다고 온 마을을 태워 죽이는 놈들이었으니까. 어머니는 알고 있었어…… 공적을 세우면 훈장을 주는 게 당연하지만 어떤 훈장도 심지어 최고의 영예인 영웅별 훈장도 그 어머니에겐 부족해…… 어머니의 그 침묵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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