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필요하다는 거야…. 아직은 더 예쁘고 싶었는데…]
소소한 사건들과 그때의 느낌, 색채, 소리 들까지. 그네들의 세계에서는 일상과 존재가 하나였고, 따라서 존재의 흐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전쟁도 평범한 삶의 한때일 뿐이었다. 그네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사소한 것이 위대한 것을 압도하는 순간을 여러 번 목도했다. 역사마저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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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사람들은 늘 꿈을 꿨어. 누구는 집에 돌아가는 꿈, 누구는 베를린에 입성하는 꿈…… 하지만 나는 한 가지만 빌었어. 내 생일까지 살아남는 것, 그래서 열여덟 살이 되는 것. 왠지 열여덟이 되기도 전에 죽는 게 그렇게 무섭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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