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00년 전 근대소설임에 불구하고 문체나 심리묘사 등이 요즘 소설과 견주어 낡은 느낌이 없어 놀라웠습니다.
다 읽고 보니 결국 서사는 통속적인 연애 삼각관계 사정이었는데, 관조자인 주인공이 선생에 대한 의문을 조금씩 파헤쳐 가는 전개가 흥미로워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덮을 수가 없더라고요.
종국에 유서로 장황하게 밝혀진 진실은 예상과 다르게 전형적이라 김팍식긴 했지만, 비밀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주인공이 관찰했던 인물 묘사와 심리를 더듬어 재독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밖에는 읽으면서 도대체 왜 언급된거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거지? 싶은 부분들이 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주인공이 선생을 처음 목격한 해변에서 왜 굳이 선생의 동행인으로 서양인을 설정했을까,
선생이 유서에서 노기 대장이라는 사람의 죽음을 의미있게 언급하는데 쌩뚱맞게 무슨 말일까, 등등..
의문을 가지고 파헤쳐보니 단순한 심리소설이 아니라 사상적인 의도가 녹아들어 있더라고요.
근대 서양 물질문명의 침식에 대응해 일본 지식인들이 내세웠던 '일본인의 정체성'으로서 '견실한 국민성'과 '정신윤리의 덕목'이 K라는 인물상으로 표상되어 있다거나,
작중 주인공 아버지나 선생의 자살 등 개인적인 죽음이 천황과 노기대장이라는 공적 인물의 순사와 연결되며 일본인의 메이지정신과 신민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등..
그런 관점에서 작품 제목인 '마음'이 단순히 '욕망과 윤리의식 사이에서 고뇌하는 개인적 갈등'에서 나아가 '화혼, 즉 일본정신의 실체'로 확장 해석된다던데 무릎을 탁 쳤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썩 유쾌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아니지만 참 여러겹으로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명작이었다는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