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손더스의 작품은 <12월 10일>, <바르도의 링컨> 그리고 <여우 8>을 읽었었다. 오랜 시간 단편소설만을 써오다 쓴 첫 장편소설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는데, 그 작품이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과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 줬다. <여우 8>이라는 작품도 인간의 언어를 독학한 여우가 인간들에게 쓴 편지의 형식을 띠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철자가 엉망이라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수월하진 않은 작품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만나게 된 것은 매년 단 6명만 들을 수 있는 시러큐스 대학 문예창작 과정의 강의를 담고 있는 책인데, 25년 동안 러시아 문학을 가르쳐 온 조지 손더스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19세기 러시아 단편 7편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한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고전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구나 싶어 감탄하면서 읽었다. 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는 것인지, 무엇이 독자를 계속 읽게 하는 지에 대한 고찰과 성격 묘사, 좋은 구조, 이야기의 속도 등 허구의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진짜 눈에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 대목은 왜 이상한지, 이 단락은 왜 불필요한지, 투르게네프의 뛰어난 묘사적 독창성, 톨스토이가 촘촘히 쌓아 올린 인과성, 체호프가 가진 최고의 재능인 서사적 예민함 등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놀라운 발견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전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어 특히 더 좋았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나 단테의 <신곡> 같은 작품도 조지 손더스의 강의를 통해 읽는다면, 지루할 틈 없이 진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곧 만나게 될 조지 손더스의 신작 <패스토럴리아>도 매우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