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입부 묘사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섯 번을 읽었다. 도입부는 지상이 아닌 상공을 묘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서양 상공에서부터 러시아로 이르기까지, 동쪽으로 유럽을 "가르지르는" 상공의 모습을 상공에 위치한 자의 시각에서 묘사를 한다. 이후,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시각으로 묘사를 이어 나간다. 이 모습은 흡사 영화에서 버드아이뷰로 묘사되는 관찰 기법과 유사한데 영화에서 대체로 이런 기법은 전지적 (초월자의) 시점을 은유하기 때문에 작가 또한 이러한 점을 의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선이 지상으로 떨어진 후에는 한 근대 도시를 묘사한다. 이 도시는 "전체적으로는 건물, 법, 규정, 사회적 관습이라는 항구적 소재로 만들어진" 인류가 만들어낸 여느 평범한 도시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부제의 제목인 <여기서는 어떤 일도 주목할 만한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로 생각해 보건대, '여기' 는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이 근대 도시를, '어떤 일' 은 인간의 규범과 관습을 벗어난 특별한 일을, '주목할 만한 방식' 은 역사적으로 다르다 생각할 만한 별난 방식으로, 를 의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