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년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
“그날 이후, 모든 것들이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과 말하는 책과의 마법의 대화-
만약 시든 상추의 한숨, 유리창의 비명, 가위의 빈정거림 등 온갖 사물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들린다면 어떻겠는가? 그렇게 사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은 특별함일까 아니면 정신병적인 문제일까.
이 책 『우주를 듣는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 후, 사물의 목소리를 듣게 된 한 소년 베니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베니 주변의 사물들이 베니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연필, 찻주전자, 가위 등이 저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베니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 베니에게만 들린다. 그리고 그 베니는 그 사물들 중에서 '책'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책과 소통하게 된다.
저자는 단순히 이 책을 통해 사물의 목소리를 듣게 된 베니의 특별한 능력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후 찾아온 가슴 아픈 상실의 고통을 극복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까지 그리고 있다. 사물의 목소리를 듣게 된 이후 베니는 사물과 소통하고 인생과 세계의 진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런 과정을 좀더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베니와 책의 교차 서술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마치 베니와 책이 서로 대화하고 생각을 교환하듯이 이루어져 있어, 마치 우리 또한 이 책을 통해 책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특별한 능력은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사회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물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누가 그 사실이 진짜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베니의 특별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베니는 정신병원까지 입원하게 된다. 베니의 엄마인 애너벨조차도 그런 베니를 이해할 수 없고 기이하고 특이한 행동을 하는 베니의 모습에 마음 아파한다.
베니 또한 갑작스럽게 생겨난 자신의 능력에 혼란스러워한다. 졸지에 정신병자로 오인받게 되고, 끊임없이 여기저기에 들리는 사물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런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조차도 모른다. 베니는 애써 그 목소리들을 무시하려고 하지만, 엄마 애너벨의 저장강박증이 심해질수록 커져가는 소음에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학교에서 도망친 베니는 공공 도서관으로 도망을 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그는 모든 소리를 담고 있는 광활하고 무한한 정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떤 목소리와도 특별한 책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과연 베니는 그곳에서 자기 목소리를 찾게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만난 부랑자 시인, 쓰레기를 줍는 소녀 예술가 등 도서관의 괴짜들과 함께 하는 베니의 모험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건 한 젊은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소리야. 그리고 책의 세계에서 이건 기적과 다름없지. 소년이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찾거나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 말하는 순간.
-p.280
이 책 『우주를 듣는 소년』은 혼혈아인 사춘기 소년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상실과 슬픔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베니의 자아성찰을 다룬 성장 소설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성장의 과정 속에서 작가는 마약 문제, 기후 변화, 자본주의 예술의 기능 등 현대적 이슈들을 담아내고 선불교 철학을 도입하여 이를 이야기 속에도 녹여내었다. 사랑과 상실 그 이후 찾게된 치유와 회복의 과정과 각종 사회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가미되어 가히 독창적이고 경이로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너무 뛰어나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