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손더슨이 러시아 단편 소설을 주제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내용. 한국어판 제목이 책을 더 직관적으로 잘 전달해주는 듯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원제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원제는 ‘A swim in a pond in the rain’ 인데, 책에 실린 체호프의 <구스베리> 에서 ‘행복은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말하는 이반의 행동을 묘사하는 문장으로 보인다. 그는 말과 모순적이게도 비오는 날 호수에서 무척 행복하게 수영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곡해되고 평가 절하되는 어떤 중요한 가치의 현존을 명징하게 증명하는 문장. 예를 들면 문학이 주는 가치 같은 것.
작가는 일곱 가지의 러시아 단편의 문장 하나 하나를 정성으로 읽어 나가며, 문학으로 독자가 어떻게 사유를 확장하는지, 타인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보여준다. 촘촘한 구성의 작품으로 개연성을 강조하다가도, 그와 정 반대의 작품으로도 감동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너머 문학 그 자체를 맛보게 해 주기 위해 부단히 애쓴, 문학의 가치를 깊이 사유하고 사랑해 마지 않은 이의 기발하고 재치있는 우화 같다. 원제의 제목처럼.
그의 설명은 작품만 읽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사유의 장이 되어준다. 읽고 보고 쓰는 자들 모두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장 세계를 열어줄 길잡이가 될 책이다. 세기의 달필가 답게 흥미진진 유쾌하기까지 하다 (공대 출신의 이과적 정리 및 분석 또한 매우 즐거운 부분). 조지 손더슨 몰아읽기에 앞서 그 포문을 여는 책으로 더할나위 없는 작품이었다.
덧) 이 책 사진 찍으며 잠시 나눴던 이야깁니다만, 마케팅 측면으로 한국어판 제목은 원제보다 매우 효과가 있을 것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작가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자나! 작가가 되고싶은 이들도 읽어보고 싶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