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정말로 그 순간 행복했을 것이다. 어둠 속 미약한 촛불을 앞에 두고 두려움을 애써 숨긴 채 떡을 씹으면서, 어머니는 가족의 유대감을, 자신이 진정으로 있어야 하는 곳이 있는 것 같다는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는 그날, 그 모든 감각들이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정전과 비바람과 천둥소리를 뚫고 자신에게 도달한 안도감과 해방감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임시 거처는 그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라고.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삶이며,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이곳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완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