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며 날아가는 종이를 보다가 문득 나 자신이 화상 한번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자 불길은 절대 내 신체나 정신에 위해를 끼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불을 피우는 동안 명백히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 - 기침, 목 아픔, 어지러움 -이 있었지만 나는 그 어디도 아프다고 느끼지 않았다. 바로 지금 나는 그 모든 것 -수치심과 굴욕감, 이물스러움과 꼴사나운 천진함 기타 등등-으로부터 보호 받고 있다. 바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