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벨문학상 관련해서 여러 가지로 이야기들이 오가는 걸로 알고 있다.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그의 작품이 한 권도 번역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상을 준다는 건 어떤 기준으로든 등수를 매긴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학에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 궁금증을 항상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는 멋진 작품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어서.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내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이번에 읽어보게 된 책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도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것도 이 책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한.
물론 노벨상을 수상하고 심경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기는 했다고 한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고 더 찾아읽고 그러지는 않는 편이다.
아니 그보다는 누가 받았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앨리스 먼로는 이번이 초면이다.
어쩌면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띠지의 설명 때문에 오히려 살짝 비뚤어지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 있어 하면서.
'디어 라이프'는 총 10편의 단편소설과 4편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뒤쪽의 4편의 이야기에는 '피날레'라는 소제목이 따로 붙어있었다.
작가가 1931년 생이다 보니 이야기들의 배경은 거의 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경우도 많고.
단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작품 하나하나에서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진지하게 느낄 수 있다.
인물마다 그 나름의 인생 역정을 겪게 되는데 그녀는 우리를 그런 장면들 속으로 담담하게 안내해준다.
하지만 담담한 그녀의 글 사이사이로 터져 나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주인공들이 느끼는 어떤 예감 같은 것들,
어쩌면 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먼저 불길함을 느끼곤 하며 더욱 불안해했다.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녀가 현대 단편의 거장이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소설이니까 특별히 창조된 것이 아닌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의 모습들에
정겹기도 했고, 어이가 없기도 했으며,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시대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지금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도 꽤 나오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옹호하지는 않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피날레 4편을 나는 소설을 읽듯이 읽었는데,
그녀는 이 이야기들이 자전적 이야기이지 소설은 아니라고 밝히긴 했다.
그녀는 일기를 쓰지 않았기에 과거를 회상해서 쓴 글들이 전부 사실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심정적인 것만큼은 진실하다고 한다.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절필을 선언하며 마지막에 이런 글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단편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코리'였는데, 소설 끝부분에서 맞은 뒤통수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 미워했던 인물에게 느꼈던 미안함이라니...
하지만 그런 이야기조차 작가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서술한다.
그래서 내 감정의 폭이 더욱 커지는 것이겠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물론 그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 때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