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는 몇달 전에 끝났지만 좀체 읽을 맘이 들지 않아 미뤄오다가... 며칠 전 동해서 뒤늦게 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덮으며 진한 여운이 남는 명작이었습니다.
서문에서 초라하고 허망한 인생을 예상했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충만했던 존경할 만한 삶이었어요. 비록 명성 없이 망각 속에 묻힌 최후는 서문에 대응하지만, 그 궤적에서 거쳐간 수많은 선택과 책임들을 되새기면 이러저러한 삶이었다고 몇마디로 단정짓는 게 안타까워질 정도..
비록 스토너 자신은 스스로의 삶을 실패한 것으로 정의내렸지만, 제 생각에는 고결한 이상과 높은 잣대를 가졌기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을 뿐, 그 한결같은 몰입과 성실성만으로도 비범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밋밋한 삶도 아니었고요..
나는 스토너와 같이 설렘과 짜릿함을 느꼈던 일이 있었나? 열정과 열망을 다해 보살폈던 일이 있었나?
읽으며 연탄재 차는 소리로 자문도 해봤습니다.
신형철 평론가님의 후기도 좋았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기쁜 날들과 웃음이 나도록 슬픈 날들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모두 저 속절없는 0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삶이라는 서술어의 보편주어 같은 스토너처럼.
속절없는 0으로 수렴하는 우리들. 허무주의로 치닫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심심한 위로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