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서 압축공 한탸
35년간 폐지를 압축하며책과 함께 교양을 쌓은
맥주를 사랑하는 고독한 철학자라 해야겠다.
그의 고백과 삶은 제목처럼 역설적이고 그로테스크하기까지하다.
어느 정도 예측했긴 하지만
쇼킹한 결말이 절망적이면서 희망적...
삶의 의미를 책에서 찾는 사람이
책을 죽이는 일을 하며 나름의 의미를를 찾고 있었으나
결국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밀려
꿈과 미래를,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마는 결말.
짧은 책인데 문장마다 멋지고 의미심장하다.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
p24
하늘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과 인간이 인간적이지 않다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가 고독 속에서 인간적이지 않다고 한탄하는 것. 아마도 시대를 향한 말이었을듯하다.
그가 아직은 인간적이었을때 만난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
치욕을 겪고 명예를 지킨, 그리고 천사로 승화(?)한 만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사라진 집시소녀.
그리고 색채, 녹색과 붉은색이 상징하는 것.
전진과 후퇴,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이것들이 결국 서로 대비되면서 그 경계가 무너지는...
p119
전진이 곧 후퇴인 셈이지. 그래, 프로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과 레그레스 아드 푸투룸은 같은 말이야.
너의 뇌는 압축기에 짓이겨진 한 꾸러미의 사고에 불과하지.
시작이고 아름다운 문장이 담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의미에 빠져드는 시간.
이 책은 꼭 다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