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뉴요커>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앨리스 먼로는 그녀의 열세번째 소설집 [디어 라이프]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자존심'의 마지막 부분을 꼽았다. 먼로의 작품세계를 요약하는 이미지라고 생각될 만큼, 아련하고 쓰라리지만 더없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물론 조금 더 깊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시간의 매정함 (혹은 너그러움), 산다는 것의 팍팍함 (혹은 소중함), 생존한다는 것의 안쓰러움 (혹은 거룩함), 곁에 있는 존재의 체온 (혹은 더는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의 체온) 등이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잘 융화되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