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보는 책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나 역시 책에 엄청난 낙서를 해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 책이 여러 손을 거쳐, 누군가에게 내 낙서가 읽히게 된다면, 읽는 이는 어떤 이야기를 상상할까. 대부분 괴발개발 날려 쓴 단상이고, 특히 욕설이 많은데, (미쳤냐? 이게 뭔 말? 개객끼야!! 뭐 이런 코멘트들…) 만일 윤성근 작가가 내 책을 보고 이 책과 같은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
단 하나의 작품이라도, 그 작품을 읽는 이에 따라서 천 개 만 개의 이야기가 파생되는 과정. 책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리뷰 뿐 아니라 책의 물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보니, ’공간‘ 으로서 존재하는 책의 의미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사람을 이어주고, 특정한 시간을 전달하고, 저자가 아닌 독자의 이야기까지 얹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다른 이야기를 꽃피우는 공간.
책을 쓰는 사람 말고,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 내용을 나누는 것 뿐 아니라, 그 책을 어떻게 읽는지, 책 귀퉁이에 무슨 낙서를 하는지, 그 책을 읽으며 누굴 떠올렸고, 혹시 편지를 쓰기도 하는지. 책 잡고 있는 이들의 흔적까지 궁금해하는 어나더 레벨의 애서가는, 어쩌면 책으로 사람과 세상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도 같다.
덧) 내 책의 낙서로 글이 쓰여지면 아마 이렇게 쓰일 것 같다. ‘성격파탄자, 화가 많은 사람’. 집을 늘릴지언정, 책은 팔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