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오르던데 '그 정도로 대단한가...?' 하는 생각은 한다, 솔직히.
그런것 치고는 지금은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당연히 번역되는 '상실의 시대'부터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들을 꽤 많이 읽었다.
사실 나는 그의 소설 같은 느낌의 글보다는 수필 같은 느낌의 글들을 더 좋아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술술 읽힌다.
굉장히 집중해서 읽게 된다.
딱 집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엔 특유의 '평온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있다.
특히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기도 하고.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읽었던 내용들이 나에게서 다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이다.
휘발성이 강한 무언가를 손으로 잡으려고 애쓰는 것 같이.
어릴 때 보던 TV 드라마 '환상특급'을 글로 읽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이번 책에서도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나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전자는 내가 음악적 지식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그의 글들에선 현실감이 흐릿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에 반해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같은 건 수필을 읽는 느낌이라 지금까지도 키득거리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야구르트 스왈로스 시집'이 정식 출판된다면 꼭 한 권 사서 소장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설보다는 수필을 읽는 느낌에 가까울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