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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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백지 앞에서 무언가 써내려갈 기대감을 쥐고 있는 손. 고요하고 또한 진지하여 밤은 선생이라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다가온다. 비평가아자 번역가이며 대학에서 불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세상과 일상에 대해 그윽한 시선으로 끌어올린 사유를 담아 짧은 에세이를 이어간다. 이 책에는 소제목들이 많다. 삶에 대한 생각들, 사회에 대한 비평들이 깊이있게 전해진다. 밤은 선생이라는 제목처럼 선생의 눈으로 보고 글로 나누는데 고요한 분위기에 저자의 통찰과 추억이 담긴 문장들이 독자를 일깨운다.
글 하나하나 좋지만 다 읽고나면 (고인이 되었지만) 저자에 대한 존경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중한 목소리지만 어느하나 애정없이 지나치지 않고 진심어린 시선으로 세상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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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현실 아닌 것으로 바꾸고, 역사의 사실을 사실 아닌 것으로 눈가림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상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비겁하기 때문이다.
─「상상력 또는 비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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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의 바닥에 아주 낮게 깔려있던 그 시간이
─「바닥에 깔려있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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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를 많이 했는데 필사할 생각으로 여기까지만 옮긴다. 글 마지막에 작성한 년도가 나오는데 더 오래 등불과도 같은 목소릴르 내 주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내가 소장한 <말과 시간의 깊이>에 싸인을 해주셨는데 그때 강연에서 뵈었던 날이 떠오른다. 이제야 이 책을 읽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