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이 넘은 그 할머니는 왜 길손이 되었을까? 빛이 필요했을까. 슬퍼했을까. 죽으면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까. 그래도 뭐, 그 정도면 살 만큼 살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걷는데 누군가 천장의 무대조명을 바꾼 것처럼 내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우리를 따라오던 볕이 높은 필로티를 세운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가스 배관 위에 쌓여 있던 눈이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챔바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세상 어디에도 살 만큼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챔바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