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p. 이들은 대개 우리 사이에서 잊힌 존재이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제 이 세상을 떠날 나이가 되었고 그 수도 점점 줄어들지만 우리는 점점 더 많아지니까.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다 함께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단 한순간이라도 자신들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시간이란 바로 그들 자신의 기억이다.
255-256p.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절망하면서도,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온전한 표현을 찾아내리라는 희망의 끈을 붙잡고 과거를 되살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본다. 그때는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얼마나 보고 싶어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지를. 이들은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새롭게 만난다. 이들은 이미 두 사람이다. 저 사람이면서 이 사람이다. 젊은이면서 늙은이다. 전쟁터에 있는 사람이면서 전쟁 후의 사람이다. 오래 전에 전쟁이 끝난 사람. 나는 늘 내가 동시에 두 목소리를 듣는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