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p. 나는 행복했어······ 내가 다른 누군가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기뻤어. 그리고 그런 나 자신에게 스스로도 많이 놀랐지······
197p. 모르스코이 운하를 따라 해군모자들이 둥둥 떠내려오더군. 열을 지어 줄줄이. 크고 새빨간 피얼룩들과 모자들이 계속 떠내려왔어, 끝도 없이. 처음에 모자 수를 세어보다가 그만뒀어. 그 자리를 떠날 수도 그렇다고 계속 보고 있을 수도 없었지. 모르스코이 운하가 우리 전우들의 무덤이 된 거야······
198p. 전쟁터에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됐고······ 확실히! 내가 전쟁터에서 훨씬 괜찮은 인간이 된 건 분명한 사실이오. 그런 고초를 겪었는데 당연하지 않겠소. 수많은 고통을 봤고, 나 자신도 많은 고통을 겪었소. 그곳에선 살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은 건 금방 제거돼버리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든. 그곳에서 그걸 깨닫게 됐소······ 하지만 전쟁도 우리에게 앙갚음을 했소······ 우린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두려워하지만······ 전쟁이 우리를 쫓아와 우리와 나란히 가고 있어요······
225p. 우리는 동정이 필요한 게 아냐. 우리는 우리가 자랑스러우니까.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역사를 고쳐 쓰라고 해. 스탈린을 넣든지 빼든지 알아서 쓰라고.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남겠지. '우리가 승리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의 고통도. 우리가 겪은 그 아픔들도. 그건 잡동사니 쓰레기도 아니고 타다 남은 재도 아니야. 그건 바로 우리네 삶이지.
"당신이 연락하면 다들 기뻐할거야. 기다리고들 있어. 그 일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지만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끔찍하거든."
이제 알겠다. 그들이 결국은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