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못박힌 듯 강렬히 보는 눈빛에서 목경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원감遠感이, 깊은 이해가 일어나고 있었다.
“왜 그랬니?”
고모가 물었다.
“나도 해봤어요.”
무경이 말했다.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고모의 그 일을, 내가 했어요.”
고모는 만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웃었다. 그러더니 이런 소릴—목경은 억장이 무너졌다—하는 게 아닌가.
“너는 내 딸이구나.”
-알라딘 eBook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중에서
고모는 몇 번이나 조카들과 모닥불가를 박차고 나와 숲을 헤매는 상상을 했다.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때려죽여도 하기 싫은 일. 실은 너무 두려운 일. 왜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 사람에게 더욱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일까. 무경은 고모의 그 일을 해주었다. 고모는 무경이 그 일을 해주었을 때 자기 안에 있는 구원을 바라는 마음을 보았다. 대체 언니는 어떤 눈을 지녔기에 그 나이에 그 마음을 봤을까, 목경은 아찔해지곤 했다.
-알라딘 eBook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