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이야기
오라시오키로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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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단편소설은 파열선의 포착이라는 말을 들었다. (신형철 평론가로 기억) 그렇다면 키로가의 소설은 파열만을 예상할 수 없다. 폭풍전야의 징조들이 곳곳에서 기이한 장치로 드러나고 충격적인 결말은 강렬하다. 마지막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짧은 이야기인데도 오래 머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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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짧은 이야기들임에도 하나의 작품에서 사랑과 광기 그리고 죽음을 모두 포착하게 된다. 그 셋은 어쩌면 인간의 욕망에 수렴되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사랑은 광기로 이어지며 광기에서 오는 파괴적 본능은 죽음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21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각각 하나의 선명한 장면을 남긴다. 이를테면 <목 잘린 닭>에서 백치 아이들의 텅빈 시선과 거기에 사로잡힌 여동생의 모습. 마치 영화처럼 상상하게 하는데 그 강렬한 이미지가 쉽게 독자를 놔주지 못하는 듯하다. 또한 <깃털베개>에서 포근한 베개사이로 예상치못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 때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이들의 망연자실한 얼굴들이 떠오른다. 강렬함 이상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이야기들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