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인사이트라는 방송을 통해서 여백서원과 일흔두 살의 노학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1만 제곱미터의 뜰과 서원을 홀로 가꾸며, 여전히 괴테를 연구하며 괴테의 모든 저서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계신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학자로 50년을 살아온 전영애 교수의 삶이 궁금해 이 책을 찾아 구매했는데, 마침 이번에 독파를 통해서 함께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정말 오래 전에 읽었던 <파우스트>를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삶과 괴테의 문학들이 거의 하나가 된 듯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괴테의 글을 만나게 되니 예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파우스트>를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자그마치 60년 동안 썼다는데, 저자는 <파우스트>를 45년을 두고 읽었다고 한다. 책이 낱장으로 흩어져 고무줄로 묶어두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세월만큼 얼마나 작품을 깊이 이해하셨을까 감탄스러웠다. '평생을 걸고 옮겨 제대로 전하고 싶은 작품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따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천천히 공들이는 일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제 책 같은 건 없어도 살 듯한 세상이지만, 저는 책이 있어 산 것 같습니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 본다. 나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책이 있어 만난 인연, 책을 통해 배운 세상, 책과 함께 위로받은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맑은 사람들을 위한 책의 집'이라는 여백서원에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공간이라고 하니, 시간을 내어 가보고 싶다. 경기도 여주면 서울에서 그렇게 많이 먼 거리도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괴테라는 작가에게 한걸음 다가서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