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베개'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가벼움과는 대조적으로 소설 속에 나오는 베개는 굉장히 무거움을 보여줘요. 그 무거움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저는 이를 일리시아의 죽음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죽음이란 건 어느 한 순간 일어날 수도 있지만, 서서히 사람의 피를 빨아먹어 말라죽이듯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렇게 피를 빨아먹는 벌레같이 우리를 서서히 말려가는 존재와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인생에서 상대를 무관심과 냉혹함 속에 방치시키는 호르단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