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인사
김민령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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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소설은 인사하듯 아주 익숙한데 어제와 오늘의 기분, 인상, 목소리가 다른 것처럼 아주 섬세하게 빈틈을 포착한다. 누구나 알법한 혹은 만났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청소년들인데도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스물일곱 명이 앉아 있는 교실 안에는 스물일곱 개의 우주"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평범한 아이들이 있는 일상적인 공간인 교실에 다채로운 우주가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우주임을 확인하게 한다. 그러면 서로의 우주를 감탄하며 바라보게 된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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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목록>에서 주인공 기영은 의미를 찾지 못한 학교생활을 끝내기 위해 자퇴를 결심한다. 목록의 시작은 고통이었다. 고통의 목록. 싫어하는 것을 적으면서 드러나는 것은 나의 취향만이 아닐 것이다. 나의 삶 그리고 나란 사람의 정체성. 기영은 담임에게 자퇴를 선언할 때 친구는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드라마틱한 사건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아이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고통이 아닌 것들로 목록이 채워진다. 어쩌면 '여기 있는' 것들의 목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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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외에도 인물들은 평범하고 그들이 마주하는 공간 역시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극적인 서사가 없지만 이 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이들의 마주침 때문이다. 인사를 하거나 눈을 마주칠 뿐인데도 그들의 마주침은 일상의 흐름을 변화시킨다. 그러한 기미를 포착하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을 무한히 신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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