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어느 해 10월
도쿄로 여행을 떠나 나눈 대화, 감정, 기억.
엄마와 딸, 여행. 두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애틋하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기대하며
눈물 쏟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더랬다.
친정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
엄마의 사랑, 희생, 헌신 같은 모성 신화 요소를
내멋대로 등장시키며 그걸 지켜보았던 딸의
입장까지 아주 성실하게 그려내기까지 한 나였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보기 좋게 빗나간 소설!
그래서 더 좋았다.
서로의 대화가, 감정이, 기억이 닿을 듯 말 듯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가능한 한 함께 있는
시간을 최대로 살아"내고 있는 모습은
유독 모녀관계의 경계를 지우고, 때로는
서로를 동일시까지 하는 오류를 미연에
차단해주었다.
끝끝내 모녀는 서로에게 타인일 수밖에 없고
더욱이 온전히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느슨하고 분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나는 사랑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