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죽어 가면서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지금 그 말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네가 죽고 난 후 영원히 내 마음을 파먹어 들어가리라는 생각을 못하는 거야? 내가 널 죽였다고 말하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 그리고 내가 살아 있음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캐서린, 널 잊을 수 없다는 걸 알잖아. 네가 땅에 묻혀 고이 잠든 동안 지옥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리라는 것만으로 지독한 이기심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거야?”
“난 고이 잠들지 못할 거야.” 캐서린은 맹렬하게 뛰는 심장의 고르지 못한 박동으로 쇠잔한 육체를 떠올린 듯 신음을 했어요. 지나친 마음의 격동으로 그녀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_p.286_
린턴 씨와 힌들리 언쇼를 비교하며 저는 왜 그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그렇게 반대되는 행동을 보였는지 만족스럽게 설명해 보려고 애썼답니다. 둘 다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고 아이에 대한 애착도 강했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좋든 나쁘든 같은 길을 걷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겉으로 보기에 더 이지적인 힌들리가 결국은 더 악하고 더 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배가 암초에 부딪히자 선장은 책임을 유기했고, 선원들도 배를 건지려고 애쓰는 대신 소동과 혼란 속에 빠져들어 그 불행한 배는 희망을 잃은 거지요. 반대로 린턴은 고지식하고 신실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믿었고, 하느님께서 그를 위로하셨어요. 한 사람은 희망을 가졌고, 다른 한 사람은 절망에 빠졌지요.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했으니 마땅히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밖에요. _p.331_
그러자 캐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숨이 막힐 듯 흐느껴 울더군요.
“하지만 더 나쁜 병으로 도질 것만 같아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빠와 엘렌 아줌마가 내 곁을 떠나고 나 혼자 남는다면 난 어떻게 해요? 난 아줌마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언제나 내 귀에 쟁쟁하게 울려요. 아빠와 아줌마가 세상을 떠나면, 내 삶에 얼마나 큰 변화가 올 것이며 이 세상은 또 얼마나 쓸쓸하겠어요.” _p.414_
‘자, 캐서린, 기분이 어떠냐?’
그녀는 아무 말도 허지 않았어요.
“기분이 어떠냔 말이다, 캐서린?’ 그가 반복혀서 물었지요.
‘저 사람은 이제 안전하고, 난 자유의 몸이 되었어요.’ 그녀가 대답혔어요. ‘기분이 좋아 마땅한데―’ 쓰라린 심경을 이르케 내비치더군요. ‘너무 오래 혼자 죽음과 싸우도록 내버려 두어서 죽음만 느끼고 죽음만 보일 뿐이에요! 내가 죽음같이 느껴져요!' _p.529_
“하지만 히스클리프 부인, 우리는 누구나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 시작의 문턱에서는 넘어지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우리를 깨우쳐 주지 않고 비웃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넘어지고 비틀거리고 할 겁니다.” _p.543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