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제시카 아우의 소설이다. 엄마와 딸이 도쿄에서 시작해, 오사카를 거쳐, 교토에서 끝나는 여행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고 해서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이었다. 160여 쪽의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 밀도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엄마와 딸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서로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는 관계이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주 낯선 사이처럼 보인다. 함께 거리를 걷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사찰과 중고 서점에 방문하는 이들의 여정 사이사이로 화자인 딸의 여러 기억들이 교차한다. 작가는 고요하고 담담하게, 쓸쓸하지만 온기를 잊지 않고, '명료히 언어화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혹은 시간)에 대해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의 시간이 궁금해지면, 엄마가 지금 내 나이였을 때는 어땠을까 헤아려보게 되는 순간 읽어 보면 좋을 만한 작품이다. 독파를 통해 편집자의 가이드와 여러 미션을 해가며 읽었다. 덕분에 더 깊이 있고, 다양하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