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담배를 향한 집착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의 코드를 담배가 지녔기 때문이라 이 책은 말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흡연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 주변에 많은 사람 중 내게 ‘흡밍아웃’을 한 여성은 단 두 명. 빼곡한 빌딩 숲속 간간이 보이는 흡연실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여성들은 흔하게 눈에 띄는데 말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가까운 이들에게는 자신의 흡연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내가 사랑하는 두 여인’의 건강을 빌기에, 때때로 금연을 권했다. 그들의 삶에 어떤 질곡이 그들을 애연가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 속 사정을 내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어쩌면 질곡은커녕 그저 기호품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또 얼마나 이기적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나 싶어 마음이 뜨끔했다.
이렇든 저렇든 내가 사랑하는 두 여인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이왕이면 그들의 부정적 중독이 긍정적 중독으로 옮아갈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보고 싶으니까. 결국 금연을 시도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겠지만.
-
‘부정적 중독에서 긍정적 중독으로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금연에 성공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12쪽
우연히도 오늘 국제 여성의 날에 이 책의 리뷰를 올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담배뿐 아니라 억압받거나 차별받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모든 여성이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을 남기고 싶다.
-
여자가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담배를 끊는 것 모두 담배로부터의 해방이다.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