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그의 해외 근무가 결정된 후, 잘해보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나 혼자 아이를 키우며 지낼 일이 겁이 났다. 그때 시어머니가 민아를 봐주겠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이때가 아니면 아이가 언제 할머니와 살아보겠나 싶었고, 어머니를 홀로 두고 있다는 남편의 걱정도 덜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시골 학교라면 학생 수도 적고 잡무도 덜해서 지내기 편할 것도 같았다.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까지 생 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그때는 정말로 그 모든 것이 마땅한 일처럼 여겨졌고, 그러자 모든 면이 합리적으로 느껴졌으며, 심지어 내가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었다. 나는 그와 함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결혼한 거였다.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잘할 수 있다면 잘하고 싶었다. 그게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고, 내 인생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