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면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정원과 나무마다 꽃이 피고 오솔길은 날빛으로 환한 가운데 나를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내 몸이 나의 것이라는 감각, 힘있고 햇볕에 그을린 내 몸이, 내가 열심히 애쓰는 한은 내가 원하는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이어 세계가 거대한 깔때기처럼 활짝 열렸고, 땅에 발을 딛고 있던 내가 나무 잎사귀 틈과 그 너머 하늘로 솟아오르는 감각이 몸에 충만했다. 그런 순간이면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거나,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생각을 했다. 이런 순간이 지속하는 적은 없었다. 느닷없이 닥친 만큼 느닷없이 사라졌고, 그 급작스러움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기나 한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만 가던 길을 다시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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