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옛날 일이다.
위의 문장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편 시작과 끝에 나오는 문구이다. 이렇게 이 책은 어쩌면 체념적이고, 무심한 말투로 툭 하고 내뱉는 짧은 한 문장이 단편마다 존재한다. 그래서 해당 문체를 좋아하는 나로선 작가가 다음엔 어떤 문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책은 여성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되는 고딕 스릴러이며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쓰여있다. 그렇기에 조금씩 사회를 알아가고 있는 여성이라면 만연하게 겪고 있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서우> 단편 속 내가 택시를 탈 때 운전사의 목덜미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으며 핸드폰을 꼭 쥐고, 누군가에게 택시 번호를 적은 문자를 보내는, 그러나 택시 기사가 여성이라면 이런 긴장도 놓아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늦은 시간 택시를 탔을 때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세상은 무섭지만 나와 같은 이는 나를 해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안일함 말이다. 어쩌면 이건 안일함일 수도 있고 근거 없는 하나의 믿음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책은 웹툰이나 소설에서 그저 밝거나 사고를 일으키는 단순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일상생활 속 여성들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지켰는지 (<음복>),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끈 권위적 행위를 (<가원>), 공동체 속에 폭력의 피해자이며 가해자인 모습을 (<손>) 다양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난 책을 통해 단순히 여성의 문제만이 아닌 사람만의 문제로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