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는 저항의 대가로 받으려 한 것일 수도 있고, 그를 구슬리기 위해 상대가 약속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뭔가 다르게 느 껴졌다.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체스터턴에게 그랬듯 화이트 호스는 밥 딜런에게도 여전히 선물이었다. 하지만 밥 딜런에 이르러서는 그 노래의 품에 맞는 의미의 선물이 됐다. 그는 선물이 필요했고, 약속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화이트 호스를 가져야 만 했다.
이선아도 찾아 헤맸던 걸까. 흙투성이가 된 손바닥을 털며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는 찬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무언가를 갖고 싶었던 건 아닐까.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럼에도 불 구하고',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것들. 노래를 부르는 사람, 쓰는 사람, 그러니까 오직 뭔가를 만드는 사람만이 바꿔낼 수 있는 새로운 의미, 그런 화이트 호스를. 흥분이 밀려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마의 땀이 식었다. 엄청난 걸 발견한 기분이었다. 아니, 발견한 것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