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은 뒤에 나는 아무 페이지나 손이 가는대로 펼쳐 다시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나에게 눈으로 읽혀져 나의 머리에 들어왔던 문장들이 나의 목소리에 음표를 단듯이 나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짧은 문장들이 산문처럼 쓰여졌지만 나에게는 운문처럼 읽혀졌다. 작가님이 의식해서 독일로 간것은 아니라지만 한때 전혜린의 글에서 읽혀졌던 가스등의 따뜻하지만 쌀쌀한 듯한 분위기가 그녀의 글에서도 읽혀졌다. 그래서 더 좋았을까... 아껴 읽으려다 하루만에 휘리릭 읽고 나는 녹아져버렸다.
글은 읽음과 동시에 순간이고 그것들은 다 읽혀짐과 동시에 작별 인것 처럼 작가의 글과 읽는 이의 관계는 운명적인가 보다.
그녀의 베를린서가의 주인처럼 나는 배수아작가에게 이름 모른 독자가 되어 그녀의 글을 읽고 머나먼 인연처럼 책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