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인상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나는 내 집에, 내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작가님 손에 이끌려 베를린의 서가와 호수 옆 정원집을 이리저리 이동하였고, 작가님의 어린시절 그 집과 바닷가, 아무도 없는 공항에도 나는 함께였다. 없었지만 함께 했던 풍경들. 마지막에 모로코에서도 함께었다. 많은 풍경들이 보였다가 순식간에 다른 장소로 대체되었고 이동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 작가와 나는 동시성을 가졌다. 이건 함께한 걸까, 함께하지 않은 걸까. 책을 읽고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고 글을 쓰지 않은 것까지 왜 모든 게 나처럼 느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