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내 태도는 우아함이 아니라 강박에 가까웠고 나는 익명의 책들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내 서가가 도서관이나 책방이 아닌 은자의 섬이 되기를 원했다. 텅 빈 해변, 하나의 발자국, 한 그루의 야자나무. 그 책들은 영원히 무인도에서 은둔할 자가 가방에 넣고 갈 책이어야만 했다. 은자는 그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었다. 내 책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먼 곳으로 조금씩 흩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이현
2024.03.08 수책에 대한 내 태도는 우아함이 아니라 강박에 가까웠고 나는 익명의 책들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내 서가가 도서관이나 책방이 아닌 은자의 섬이 되기를 원했다. 텅 빈 해변, 하나의 발자국, 한 그루의 야자나무. 그 책들은 영원히 무인도에서 은둔할 자가 가방에 넣고 갈 책이어야만 했다. 은자는 그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었다. 내 책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먼 곳으로 조금씩 흩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