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야 해, 하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말했다. 산책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어두운 집안에서 생각에만 잠겨 움츠려 있으면 더욱 춥고 더욱 우울해질 거라고 했다. 추위는 얼음물과 같다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말했다. 한번 몸안으로 스며든 냉기는 집안으로 들어온 겨울이 그렇듯이 오래오래 남아 사람을 괴롭힐 거라고. 아래에서부터 고여오기 시작해 마침내 심장까지 상승사여 몸을 꽁꽁 얼려버린다고.
권지윤
2024.03.08 수우리는 가야 해, 하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말했다. 산책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어두운 집안에서 생각에만 잠겨 움츠려 있으면 더욱 춥고 더욱 우울해질 거라고 했다. 추위는 얼음물과 같다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말했다. 한번 몸안으로 스며든 냉기는 집안으로 들어온 겨울이 그렇듯이 오래오래 남아 사람을 괴롭힐 거라고. 아래에서부터 고여오기 시작해 마침내 심장까지 상승사여 몸을 꽁꽁 얼려버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