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사고방식에는 회의와 자기 불신이라는 어둠이 드리워 있었고, 이따금씩 번갯불 같은 직관에 의해서만 순간적으로 번쩍 밝혀질 뿐이었다. 그러나 그 번갯불 같은 직관이 너무도 선명한 빛을 발했기에 번쩍하는 바로 그 순간 세계는 마치 불길에 타버린 듯 그의 발밑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러고 나면 그의 입은 점점 무거워졌고 다른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의 신령이 외투처럼 그를 감싸고 있는 듯 느꼈고, 공상 속에서만큼은 고귀한 존재와 친밀해진 듯했기 때문이다. 이 침묵 속의 순간적인 자부심도 더이상 느낄 수 없게 되면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여전히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서 더 없는 기쁨을 느끼며 도시의 지저분함과 소음과 나태 속을 뚫고 거침없이 가뿐한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