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개인적으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결말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 마무리되는 결말을 더 좋아한다. 나에게는 이 소설이 그랬다. 오베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남겨진 이웃들에게는 계속해서 각자의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찾아올 것이다. 파르바네에게는 그녀의 출신이, 루네와 아니타에게는 복지부 공무원이, 미르사드에겐 아버지가 그들을 괴롭게 만들 것이다. 오베는 소냐의 죽음으로 삶을 놓으려고 했지만 그녀를 기억하며 이웃들과 더불어 살았다. 아마 그의 이웃들도 그가 남긴 '까칠하지만' 퉁명스러운 말과 유산을 기억하며 자꾸만 꺼내볼 것 같다.
한편,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는데 원작에 없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선명히 남았다. 나이 든 오베와 나이 든 소냐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마도 사후세계의- 기차에서 다시 만난다. 강하고 세찬 이미지는 아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달프지만 차분했다. 다시 만날 줄 알았다는 듯이, 참 뻔하고 식상하기도 하지. 그러나 이 장면을 보고나면 현실에서 가히 만날 수 없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라는 다짐을 믿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