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작가가 그러모은 소설이나 시, 또 영화나 그림 52편의 이야기의 끝, 마지막, 엔딩, 결말이라 말하는 것들. 혹여 누군가는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이 책에 거리를 두기도 할까? 그런 궁금증을 품고 읽기도 했다. 평소에도 스포나 결말에 크게 구애받지도 않거니와 그것보다는 대체로 수긍하는 편에 가까운지라 책속에 모든 엔딩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서사에는 '끝'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해피엔딩/새드엔딩 말고도 열린 결말/닫힌 결말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 분분할 적에는 오히려 이야기가 다시 시작하는 전환점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실제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엔딩노트는 유난히 더 좋았다. 작가이자 평론가이고 편집자이면서 동시에 첫번째 독자일 수밖에 없는 저자가 말하는 엔딩은 얼마나 다채롭겠는가. 양팔을 벌리면 딱 그만큼이었던 세계가 훨씬 견고하게 확장되는 경험이었다. 마음에 품을 마지막 문장 하나정도 욕심내면서, 겨우(?) 독자이면서 시청자에 불과한 나도 언젠가 이 책속에서 만난 작품의 엔딩을 보게 된다면 으레 "이제 그것을 보았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런 모습도 그려보면서... 그전에, 박혜진 작가의 엔딩노트는 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사심을 잔뜩 내비쳐본다. (시즌2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