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설령 무굴제국의 화가들이 실상을 왜곡하지 않았더라도 주무르드 샤는 여전히 인류를 적대시했을 것이다. 그는 인간성 자체를 경멸했기 때문이다. 마치 인류의 복합성을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는 듯했다. 인간의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모순적 언행, 스스로 해소하거나 바로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온갖 자가당착, 예컨대 이상주의와 탐욕, 너그러움과 옹졸함, 진실과 거짓이 마구 혼재하는 천성. 그러므로 바퀴벌레에게 예절을 갖출 필요가 없듯이 인간도 진지하게 상대할 가치가 없다. 기껏해야 장난감에 불과하니까. - p. 18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