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128쪽) 이 말이 오랫동안 제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둘 사이에 있는 칼이 의미하는 게 뭘까요. 다른 누군가로부터 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고, 서로의 관계에 해결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죠. 그 동안 만났던 많은 만남들 중에서 칼이 존재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사랑의 잔상들'을 두 번 읽었어요. 한 번은 그냥 대충 둘러보는 식으로, 또 한 번은 정독으로. 다 읽고 나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제게도 남겨져 있네요.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도 있고(장갑), 갑자가 나타나는 이미지도 있고(지하철에서 울고 있었던 여자), 흔적으로 남겨진 이미지도 있어요. 간결하면서 여러 이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