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껍데기들을 다 치우고 나니 그제야 내가 보였다. 깊이 잠든 남 편 옆에서 소리 죽여 울던 내 모습이, 논문이 잘 써지지 않으면 내 존 재가 모두 부정되는 것만 같아서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나를 다그치던. 내 모습이 한 결을 한 걸을 걸을 때마다 숨쉬듯 나를 비난하고 비웃던 내 모습이.
너는 너를 다그쳤기 때문에 더 나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너에게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었다면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었을 거야. 아빠도 말했잖아. 넌 큰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남편도 얘기 했지. 네가 이룬 모든 것은 운일 뿐이라고. 그러니 넌 더 단련되어야 해. 이런 취급에는 이미 익숙해졌잖아.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 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 인하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