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절연 9편 중에서 가장 충격이었다. 모자의 인연을 끊어내는 방법이 스스로 죽는 것이라니. 심장마비로 보이는 죽음의 안개가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 순간, 문 건너편에 아들 바오가 있는데도 부르지 않는다. 아들의 결혼식날 피로연장에서 모자의 연을 끊고 새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도 아들은 손녀를 데리고 다시 엄마의 집으로 왔다. 며칠 만에 몇 년의 절연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들. "저애들 뒤치다꺼리는 이제 지긋지긋해." 홀가분하게 죽음을 선택하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지만 이해되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제 속으로 낳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가 부모와 지식과의 관계다. 특히 엄마들은 자식을 대하는 마음이 특별하다. 엄마도 자식과의 연을 끊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겠지. 사람이니까.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실제로 보니 섬뜩하고 무섭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다. 엄마도 그럴 수 있다. 긴장하고 살아야겠다. 남들에게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