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렇게 바보 같지? 세인트루시아는 대만과 중국 양쪽과 친구가 되면 안 돼? 그러니까 동시에 국교를 맺으면."
앤더의 말이 정답이지 않을까? 정치적인 이유, 입장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 도리 같은 게 더 옳을 때가 많다. 양쪽과 국교를 맺으면 안 되나, 두 나라 다 세인트루시아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텐데. 이 글을 읽으며 국교를 맺고 단교를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그 나라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아도 거처에서 쫓겨나고 친구들과도 강제로 헤어지는 거구나. 정치 상황에 따라 나라와 나라와의 절연이 사람들과의 절연으로 연결되는 상황이 서글펐다.
이슈마일, 앤더, 슈리. 인종과 상황이 다 다른 아이들이지만 탁구와 새집과 셰리스 아주머니를 괴롭히는 일로 아슬아슬한 우정을 쌓아간다고 봐도 될까 궁금하다. 소설은 해석하는 독자의 몫이라지만 작가의 의도를 모른채 자의적인 해석으로 그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셰리스 아주머니는 새집이 사라진 뒤 애프터 눈을 차리고 아이들이 먹고 도망갈 때 왜 자애의 눈물을 흘렸을까? 새집을 기억하는 마음이었을까? 다 읽었는데도 뭔가 더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남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