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읽은 단편소설 중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무라타 사야카는 <편의점 인간>을 읽어보고는 처음인데 그때 받았던 좋은 느낌이 한층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동시대 세대의 모습에 아주 밀접한 관찰과 은유를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세태를 너무나 잘 꿰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주는 유머와 환상성이 있어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mz세대에 간신히 포함되는 나이인데요, 그보다 제가 저 스스로와 세대 일반에 대해 느낀 점을 중점적으로 다시 이름 붙인다면, '취향만 남은 세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이상 어떤 큰 대의나 이데올로기, 시대 정신이 존재할 수 없는 세대, 신앙이나 가치나 의미가 모두 해체되고 남은 혼돈 앞에 오직 단독자로만 서야하는 시대에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거라곤 '나의 것, 나의 취향'으로 대변되는 듯한 나 자신의 정체성 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취향의 구축과 자기표현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어낸 나의 취향은 오로지 소비에 의해 지탱될 뿐이고, 소비주의 아래서 정말 진정한 취향이란 건, 나 자신만의 취향이란 건 사실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공허해지곤 합니다. 삶의 거창한 의미도, 결혼도, 집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 치부할 수 밖에 없지만 매일 야금야금 소비를 하며 인스타 피드를 꾸미는 저와 주변 친구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